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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뒷면/화운의세상이야기

사람이 어찌 꽃의 생명력을 이기랴

by hwawoon 2013. 7. 30.

 

 

 

 

 




사람이 어찌 꽃의 생명력을 이기랴

 

  

 

 

 

 

 

  여느 때처럼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가던 중에 흘깃 창밖을 보다가 화들짝 놀라 버스에서 내렸다. 비가 쏟아질 듯 후덥지근한 날씨에 버스 안 에어컨 바람을 뒤로한 채 후다닥 내렸다.

 

 

 

 

 

 

 

 

 

 

 

  무슨 대단한 걸 보았길래 그랬냐 하면… 꽃이었다. 도로 가운데 세워진 버스 정류장 보도블럭을 틈에 뿌리를 박고 피어난 꽃. 버스 정류장에 올망졸망 피어올라 작은 정원은 만들고 있는 꽃들은, 작년 정류장 펜스에 매달린 화분에 심어진 꽃들이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나팔꽃을 닮은 보라색 꽃.

 

 

 

 

 

 

 

 

 

 

 

펜스에 매달려 꽃을 피우고 보도블록의 작음 틈에 씨를 뿌려 이듬해 꽃을 피우다니 놀랍지 않은가. 사람들에게는 그저 한철짜리 꽃이 스스로 씨를 뿌리고 땅에 뿌리를 박고 살겠다고 항변하듯 꿋꿋하게 싹을 튀우고 꽃을 피웠다.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날 때마다 힘겹지만 꿋꿋하게 피어난 꽃을 만난다. 장대같은 비와 보도블럭의 뜨거운 열기에도 버티는 것을 보면 사람보다 훨씬 강인한 듯 싶다. 아마도 저 꽃들은 올해에도 보도블록 틈바구니에 씨를 남겨 내년에 다시 꽃을 피우리라.

 

 

 

 

 

 

 

 

 

 

  사람들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어버린 바늘만한 틈바구니를 뚫고 잎과 꽃을 피우는 이름 없는 들꽃(사람들은 잡초라 하지만!)을 볼 때마다 경이롭기 그지없다. 사람이 어찌, 저 꽃들의 생명력을 당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