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3월 19일 8차 남북한실무 접촉서 “서울 불바다” 발언
핵실험 따위는 무섭지 않아?
북한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뒤 연일 강경한 발언을 퍼부었다. 키 리졸브 훈련 중에도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협박성 폭언을 퍼부었지만 대한민국은 너무 평온하기만 했다. 증시는 큰 변동이 없고 사재기 사태도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인터넷 검색어 1위가 ‘화장품 세일’이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화제가 된 정도이니, 휴전전 인근 지역의 주민을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가 잇단 도발에도 주가 폭락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시간이 흘러서일까, 20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1994년 8차 남북한실무접촉에서 북한측 단장의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발언에 한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냈고 사람들은 라면과 생필품 사재기에 물건이 동이 나는 난리가 빚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는 너무나 평온하기만 했다. “서울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핵실험과 정전협정 파기 선언,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공격하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포털의 실시간 이슈 검색에는 북한 관련 소식을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상위권을 꿰차고 있을 뿐이었다. 외국은 한국인의 “강심장”에 놀라고, 안보 팔아 권력을 쥔 자들은 국민들의 이런 담담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안감을 부추겨 보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정말 격세지감이다.
키리졸브 훈련 모습
전문가들은 ‘남북한 경제력 차이’, ‘안보불감증’, ‘시민의식’등, 여러 가지 분석을 내어 놓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체념과 권력층에 대한 실망이 아닐는지. 국토의 삼면은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이 버티고 있는, 섬이나 다름없는 지정학적 위치도 그러하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본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무능에 절망했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전쟁이 터지면 왕과 귀족은 도망가기 바빴고 힘없는 백성과 천민들이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켜내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며, 권력과 부를 거머쥔 자들은 전쟁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외국으로 도망갈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보통 사람은 아무 방법이 없음을 깨달아 버렸기에 그저 평온하고 담담하게 살아갈 뿐이다.
● 참고문헌 및 자료
北 3차 핵실험 가능성 우려…증시 영향은?(아이뉴스24, 2013년 2월 4일)
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에 이어 '북폭검토'도(머니투데이, 2013년 3월 8일)
北 '불바다 발언'의 역사(TV조선, 2013년 3월 10일)
북-미 ‘공포의 균형’에 휩쓸린 한국(한겨레 21, 2013년 3월 25일)
북, 서울·워싱턴 핵 불바다 위협(중앙일보, 2013년 3월 7일)
키리졸브 1주일, 전쟁 위협 높이는 북한(경향신문, 2013년 3월 17일)
미-한 연합군, '키리졸브 훈련' 예정대로 시작(Voice of America, 2031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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